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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이슈

안전에는 타협해야한다.

by Con매니저 2024.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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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나서 현장점검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CEO(최고경영책임자), CSO(최고안전책임자), CSEO(최고안전환경책임자) 등 대형건설사와 제조대기업의 C-Level들이 현장에 더욱 관심을 가지며 안전지침 준수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무님 점검 온다', '안전환경팀에서 점검 온다', '사업부에서 점검 온다' 등 점검 때만 신경 쓰고 평시에는 조금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는데요. 참 항시 FM대로 작업하기가 어렵습니다. 공기나 비용, 인력이 여유롭다면 FM대로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때 현실과 타협하는 경우가 많죠. '안전'의 모토로 '안전에는 타협이 없다', '안전에는 베테랑 없다'라는 구호들이 있지만 타협이 없다면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들을 어떻게 융통성 있게 넘어갈 수 있을까요?

 

마이클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책에서는 공리주의와 자유주의에 관한 선택들이 옳고 그름이 있는가?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안전'도 지향하는 삶에 따라 얻는 가치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 스카이 다이빙 교관은 사망할 확률이 높은 직업 중 하나입니다. 자유의지에 의해 위험의 대가를 수익으로 환산되기를 선택한 사람이니까요. 돌아와서, 건설현장에서 작업하는사람들은 자유의지에 의해 더욱 가치 있는 직업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들도 물론 이 작업이 사무작업보다 위험하고 힘든 일인 것을 알지만 더 높은 임금/만족도를 위해 직업으로 삼은 것입니다. 기업에서는 그러한 노고를 알기에 일반사무직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죠. 게다가 이들은 자신이 느끼기에 환산되는 수익보다 위험한 작업이면 작업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환산되는 수익보다 목숨값이 더 크니까요.

또한, 현장의 위험 작업자들과 이야기해보면 회사에서 요구하는 안전장비들이 실제 작업할 때 더욱 위험할 때가 있고, 안전대책들이 실제작업자들을 위함이 아니라 안전 관련 책임자(또는 국가)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함이 더욱 크다고 느낍니다. 소위말해서 탁상공론일 경우가 많죠. '안전에는 타협이 없다'라는 것이 실상은 현장작업자들의 의견 묵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죠.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안전에는 타협이 없다'가 무조건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차량이 사고발생률을 낮추고 어라운드뷰 같은 어태치먼트들이 주차를 더욱 편리하게 해 줍니다. 하지만, 30년 동안 구형자동차를 타신 분들은 신규 자율주행 차량 운전이 더욱 안전하고 편하다고 느낄까요? 제 지인도 백미러로 주차를 30년 안전하게 했지만 어라운드뷰를 보고 주차하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건설현장에서도 스마트 안전장비들이 안전작업 확률을 높여주는 것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30년 동안 스마트안전장비 없이 작업하던 작업자가 갑자기 새로운 장구를 착용하고 작업하면 안전해진다는 것은 너무 나이브한 생각입니다.

저는 '안전'에도 자유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자전거 타는데 헬멧을 필수로 써야 한다는 법이 개인자유침해라는 명목으로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내가 다치더라도 헬멧 없이 타는 것이 좋은 사람도 있고, 헬멧 없이 타는 게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기에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입니다. 작업현장에서도 내가 안전하기 위해서 안전장비를 착용하는 것이고, 얼마나 어떻게 장비를 착용하는지는 자유의지에 달려 있는 게 아닌가라는 것입니다. 당연히 전제는 기업과 국가가 안전한 환경에 대해서 제공한 후 그것을 사용할지 말지를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한다 라는 것입니다. 현장에 알맞은 안전한 타협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국가에서는 국민을 지켜야 하고 기업에서는 노동자를 지켜야 합니다. 저는 한국이 국가에서는 산안법과 같은 규제로, 기업에서는 안전장비, 안전교육 등 물리적인 지원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한편으로는 더욱 발전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너무 과도한 간섭은 오히려 우리를 아프게 만드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한 안전한 현장은 서류하나 없다고, 안전장구 잠깐 착용 안 했다고 벌점과 과태료를 부과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안전에 대한 동기부여를 자신과 주변인에게 해줄 수 있는 현장분위기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모든 공사/작업에 관계되어 있으신 여러분을 항상 응원합니다.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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